노동부, ‘산업안전’보다 ‘사업주 감싸기’
법규 위반해도 과태료 대신 시정명령뿐, 되레 과태료 인하 추진
고용노동부가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게 과태료 대신 법적 근거가 없는 ‘시정명령’만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는 또 감사에서 이를 지적받고도 오히려 사업주의 과태료 부담을 낮추는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아 ‘사업주 봐주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노동부의 산업안전업무 관련 2008년 7월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는 산안법 위반 사업주에게 즉시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는 관련 법령 대신 자체 훈령인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적용해 시정 기회를 부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07년 산안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적발된 12만8611건 중 96.2%에 이르는 12만3785건이 과태료 대신 시정명령을 받았다.
최근 잇단 직업병 피해로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서도 2008년 화학물질 구성과 위험에 대해 근로자에게 알리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비치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작성해 노동부 수원지청에 적발됐지만 과태료 처분 대신 시정조치를 받았다. 감사원은 당시 시정조치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 또 이 경우에도 중대 사고와 직결되는 위반사항은 즉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노동부는 감사 후 개정한 집무규정에서도 “일정 기한 내 시정토록 행정조치하고 불이행시 과태료 부과”라는 항목을 유지했다. 이어 지난 5일에는 위반 항목별로 매회 적발시마다 동일하게 부과토록 돼 있던 과태료를 2년 내 1, 2, 3회로 구분해 횟수에 따라 차등부과하는 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처음 적발될 때의 과태료는 대부분 지금보다 줄어든다.
홍희덕 의원 측은 “근로감독은 2년에 3회 이상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2년 이내 기간을 합산해 과태료를 가중하는 것은 산업재해 예방의 효과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노동부 김윤배 산업안전보건국장은 “개정안에서도 치명적이고 중대한 재해를 불러오는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며 “감사원에서 지적된 집무규정에 대해서는 추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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